외국 결제 수수료가 로컬 플랫폼의 붕괴를 예고했습니다.
FAQ
Q. Grab에서만 외국인 결제 수수료가 붙는 이유는 뭔가요?
A. Grab은 결제를 말레이시아 현지 게이트웨이가 아닌, 싱가포르 본사와 연동된 해외 결제 시스템을 통해 처리합니다.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에서 사용하더라도 카드사 입장에서는 "국제 거래"로 인식되고, foreign payment fee가 발생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현지 가맹점은 말레이시아 내 결제로 처리되므로 이런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1. 외국계 플랫폼의 수익 구조와 소비자 전가 (Global Apps Profit While Users Pay the Price)

Grab은 싱가포르 본사를 둔 글로벌 플랫폼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서 서비스하고 수익을 올리지만, 결제는 해외 게이트웨이로 처리되어 외국 카드 사용 시 외화 결제 수수료가 발생합니다. 심지어 외화 충전식 카드 사용자에게도 수수료가 붙는 구조입니다. 이는 Grab이 결제 수익과 플랫폼 수익을 모두 본사로 집중시키는 구조이며, 소비자는 이중으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됩니다. 디지털세가 부과되었지만, 그 부담도 결국 소비자 몫으로 전가되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소비자 불만을 키웠고, 동시에 로컬 앱의 기회를 차단하는 구조로 작용했습니다. 왜냐하면 초기 사용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로컬 앱으로 이동할 유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말레이시아 맥주시장의 독과점, 종교와 경제가 만든 '의도된 불완전 경쟁']에서도 볼 수 있듯, 외국계 구조가 말레이시아 내 소비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2. 로컬 스타트업은 왜 확장하지 못했는가 (Why Local Startups Couldn't Scale)
말레이시아 내에도 MyCar, Beep, Bungkusit 같은 앱이 존재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고 쿠알라룸푸르, 조호르바루, 코타키나발루 등 일부 도시에서만 제한적으로 운영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본력 부족입니다. Grab은 수조 원의 투자를 받은 반면, 로컬 앱은 마케팅이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금조차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드라이버 확보, 고객 쿠폰, 앱 안정성, 고객 서비스 등에서 경쟁이 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사용자는 외국계 앱에 고착되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용자들이 "MyCar는 운전기사가 잘 안 잡힌다" 또는 "Beep은 앱이 느리고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남겼습니다.
3. 정부는 왜 로컬 앱을 보호하지 않았나 (Why Didn't the Government Protect Local Platforms?)
말레이시아 정부는 '로컬 디지털 경제' 육성을 말하지만, 실제 정책은 외국계 플랫폼을 규제하거나 로컬 앱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Grab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견제는 거의 없었고, 6%의 디지털세 역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문제의식이 없었습니다.
결국 로컬 앱은 공정한 출발선조차 제공받지 못한 채, 시장에서 밀려났습니다. 반면, 싱가포르 본사를 둔 Grab은 말레이시아 시장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익을 집중시키는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쿠알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 등 대도시 중심으로 Grab은 배달, 쇼핑, 금융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장하며 로컬 앱이 경쟁할 틈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4. 사용자는 왜 로컬 앱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Why Users Didn't Choose Local Alternatives)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함"입니다. 로컬 앱은 기사 수가 부족하고, 앱 완성도가 낮고, 쿠폰도 적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불편하면 다시는 사용하지 않는 사용자 습관 속에서, 초기에 서비스를 완성도 있게 내놓지 못한 로컬 앱은 생존이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Grab은 슈퍼앱 구조로 확장하며, 배달, 결제, 쇼핑 등으로 사용자 락인을 강화했고, 로컬 앱은 단일 기능에 머물렀습니다. 소비자는 포인트 적립과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포기하면서까지 로컬 앱으로 옮길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Grab은 한 번에 다 되는데, MyCar는 그냥 택시만 된다"는 피드백이 대표적입니다.
5. 결론 (Conclusion)
말레이시아 로컬 앱의 몰락은 단순한 경쟁 실패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균형의 결과입니다. 자본, 정책, 소비자 인식, 그리고 플랫폼 설계까지 모든 요소가 외국계 플랫폼에 유리하게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그랩의 외국인 결제 수수료 구조는 단지 외국 사용자에게 불리한 과금 방식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플랫폼 수익을 해외로 집중시키고 말레이시아 내 자본이 선순환하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가 숨어 있습니다. 결국 그랩을 통해 벌어진 모든 돈은 싱가포르 본사로 유입되고, 말레이시아 내부에는 그 자금이 다시 흘러들지 않습니다. 이러한 수익 집중 구조는 로컬 앱이 자생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투자와 기술 축적의 기반 자체를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이 수수료는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말레이시아 로컬 플랫폼 생태계의 붕괴를 상징하는 구조적 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